▲ 김정진 목사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유학중인 딸들을 얼마 전에 방문하게 되었다. 연년생인 두 딸은 2, 3살 때 유학길에 오른 아빠를 따라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지냈고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이번 방문길에 두 아이는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우리 내외를 위해 세 번의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해마다 생일 축하카드며, 결혼기념일 영상편지, 크리스마스 선물을 잊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세 가지 놀라움(surprise) 중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큰 딸이 오늘의 미션이라며 흰 봉투 세 개를 내밀었다. 첫째 봉투는 목적지로 가는 지도이고, 두 번째 것은 목적지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줄 것, 세 번째 봉투는 이벤트가 끝난 후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줄 것이었다.
지도를 따라 운전해 가니 유명한 호텔 스카이라운지였다. 석양이 지고 있는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장소였다. 웨이터에게 두 번째 봉투를 내밀었다.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봉투를 받아든 웨이터는 최고급 양식 요리를 차례로 내어 왔다. 후식까지 마친 뒤 세 번째 봉투가 웨이터에게 전달되었을 때 그 속에는 이벤트 비용과 팁까지 부족함이 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던 우리 부부의 마음이 하나님께 대한 감사로 채워지고 있었다.

성경에는 예수님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주님께 찾아왔던 백부장. 주님의 몸에 향유를 붓고 머리털로 발을 씻겨드린 마리아. 딸에게 들린 흉악한 귀신을 쫓아달라며 찾아온 가나안 여인. 그들의 믿음과 고백은 주님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자주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 오히려 가끔씩은 우리가 주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의 서프라이즈는 부모가 제공한 것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그 작은 것이 부모의 마음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을 안겨 주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조그마한 정성, 신앙의 한걸음, 주를 향한 짧은 감사의 고백이 오늘 우리 주님을 깜짝 놀라게 해 드릴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