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묘약에 객석은 설레었다

세계적 오페라 한 자리에…인상적 음색의 무대, 큰 감동 남겨


참으로 유쾌한 ‘나들이’였습니다. 흔히 세계 4대 오페라라 불리는 ‘마술피리’, ‘토스카’,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는 물론 덤으로 도니제트의 ‘사랑의 묘약’과 푸치니의 ‘투란도트’의 아리아를 마음껏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갈라 콘서트라 해도 세계적인 오페라를 한 자리에서 보고 듣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랜드 오페라 갈라 콘서트>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오이시스와 오시리스 신이여’로 서곡을 열었습니다. 원래 <마술피리>는 당대에 오페라 보다는 뮤지컬에 가까웠습니다. 독일의 가곡, 비엔나 풍의 민요, 진지한 종교음악,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고루 섞인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특히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신에게 바치는 ‘오이시스와 오시리스 신이여’를 베이스 이준석은 그만의 색깔로 호소하면서 노래했습니다. 강인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오미선은 ‘지옥의 복수심 내마음 속에 불타오르고’를 콜로라투라로 무난히 소화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브라보의 환호성이 이어졌습니다.

이어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테너 김주완이 매력적으로 불러 갈채를 받았고, 소프라노 오미선은 <호프만의 이야기> 중 ‘인형의 노래를’ 정말 익살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음역이 넓어 염려 했는데 역시 동화 속 느낌을 재연하여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제1부 하이라이트는 푸치니의 <토스카>에서 나왔습니다. 애인 카바라도시를 살려주는 대신 몸을 요구하는 스카르피아 앞에서 처절하게 하나님께 호소하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소프라노 이지연은 섬세한 테크닉과 고운 음성으로 심금을 울렸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가 이지연을 두고 극찬했던 것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테너 조용갑의 ‘별은 빛나건만’은 절규였습니다. 토스카와 즐거웠던 날을 회상하며 부른 이 노래는 속된 말로 조용갑의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성량에 넋이 나갈 정도로 감동이 깊었습니다. 이정원 조용갑 김주완이 부른 <투란도트>의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파파로티와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의 ‘빅 3’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곡은 우리에게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2부는 <카르멘>과 <라 트라비아타>의 잔치였습니다. <카르멘>은 소프라노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반해 메조 소프라노가 주인공으로 무대에 섭니다. 한지화와 최승현도 현란한 탱고와 집시들의 무희를 기막히게 표현합니다. ‘하바네라’와 ‘집시의 노래’는 느리게 시작했다가 점점 템포가 빨라져 플라멩고의 두엔데로 마무리 됩니다. 그래서 무척 흥겹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오케스트라보다 메조 소프라노의 박자가 더 빨라 간간히 부조화가 보였습니다. ‘투우사의 노래’를 부른 바리톤 김관현은 역시 이름답게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사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다소 퇴폐적입니다. 파리 상류사회의 사교클럽을 배경으로 사회의 이중윤리를 지적하는 그런 작품입니다. 비올레타가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에 마음이 설레면서도 자신의 삶에 절망하며 이대로 살겠다는 ‘이상하다 아, 그이인가?’는 어려운 고음과 고난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소프라노의 대표곡입니다. 소프라노 신지화는 고급스럽게 처리합니다. 바리톤 박정민의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또한 “너를 이렇게 되찾았으니 헛되지 않았다”며 서정적으로 노래합니다. 마지막은 출연진 모두가 참석하는 ‘축배의 노래’로 장식했습니다. 일말 예상했던 진행이었습니다.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아리아를 비록 맛보기로 보고 들었지만 기쁨은 한없이 컸습니다. 베세토오페라단(단장:강화자)의 열정과 롤라 플라멩고의 헌신을 느낀 것도 또다른 수확입니다.

참, 개인적으로 갈라 콘서트를 보고 힘차게 출발하는 의미로 핸드폰 컬러링을 카르멘 서곡으로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