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그림’ 조영준(왼쪽), 김정석(오른쪽) 씨. 특별한 공연이나
 사역활동 없이도 오랜시간 사랑을 받아온 장수의 비결은 묵상을
통한 끊임없는 소통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낮추고 하나님만 높일래요”
남성듀오 ‘시와그림’, 고난의 예수 담은 6번째 앨범 <반석의 길> 발표


사진 찍는데 상대방의 포즈가 왠지 어정쩡하다.
몇 가지 주문을 해도 영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데뷔 12년차, 이미 5장의 앨범을 발매했던 팀이라고 하기에 수줍음이 지나치다. 사진촬영을 많이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지금껏 앨범자켓에 자신들의 얼굴을 내밀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우리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는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싶어요. 저희를 낮출수록 찬양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더라고요.” 겸손한 두 남자 김정석, 조영준, 이들이 바로 CCM계의 은둔 고수 ‘시와그림’이다.

   
   
2000년에 발매한 첫 앨범 ‘항해자’를 시작으로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시와그림’이 2년간 공백을 깨고 여섯 번째 앨범 <반석의 길>로 돌아왔다.

앨범작업 시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두 사람이 말하는 이번 앨범의 주제는 ‘십자가와 그리스도의 피’. 우리를 위해 고난을 당한 예수를 기억하며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각별하게 애정을 쏟은 곡 ‘각이 뜨인 사랑’에서 그 부분이 잘 나타나 있다. 구약에서 제사드릴 때 쓰였던 산 제물들에 각이 뜨였던 것처럼 처참하고 잔인한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우리 죄를 사하신 예수의 사랑을 노래한다. “각이 뜨인 그 사랑 바로 십자가 사랑~ 죽은 만큼 큰 사랑 나를 살리신 사랑~”
또한 동명의 타이틀 곡 ‘반석의 길’은 예수를 따라 물결 속으로 몸을 던진 베드로의 모습을 묵상하며 ‘발을 디뎠을 때 차가웠을까?’ ‘파도가 심하게 쳐서 제대로 디딜 수 있었을까?’가 아닌 절대적 믿음, “나는 가리라~ 깊은 바다로 물러섬 없이 반석이 될 저 바다를 향해~ 넘어서리라~ 거친 파도를 두려움 없이 주가 계신 곳으로~”라는 노랫말은 예수님과 함께 한다면 그 어떤 바다와 파도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처럼 안전하고 견고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생활 속에서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 받은 곡들을 김지형 PD의 편곡으로 기타리스트 함춘호, 스트링주자 정덕근 등 국내 최고의 세션과 10년 동안 함께 사역해온 비컴퍼니팀이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시와그림’은 보컬 김정석, 작곡·작사 조영준의 철저한 분업으로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곡을 쓰는 조영준씨가 한편의 시를 만들면 곡에 대한 해석이 뛰어난 김정석씨의 목소리로 덧칠을 해 그림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와그림’이라고….

10년 간 같이 사역하다보니 가족보다 더 가깝고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그 대화를 통해 말씀과 사역의 방향을 나눈다는 두 남자, 과연 이들의 시작은 어땠을까? 대기업을 다니던 조영준씨는 양재대로 한복판에서 찬양사역의 은사를 받고 김정석 씨에게 곡을 들고 찾아갔으나 단번에 거절당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결국 삼고초려 끝에 승낙했다는데, 곡을 찢는 조영준씨의 시늉에 충격을 받았다는 김정석씨. 결국 보름동안 함께 기도하고 받아줬다고 한다. 참 유별나고 사연 많은 듀오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단지 앨범사역에 충실하겠다는 답했다. “하나님의 계획에 앞서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껏 콘서트도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어요. 앨범만으로 하나님을 드러내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전 세계에 메시지를 공유하기 위해 영어 찬양을 준비 중입니다”라고 말하는 순둥이 두 남자, 계속해서 ‘얼굴 없는 가수’ 컨셉으로 나아갈 생각인가 본데, 김정석, 조영준의 ‘시와그림’, 은근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