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현대인에게 있어서 고독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물론 고독을 즐긴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독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동호회를 만들고, 좀 더 고상하게는 봉사단체에 가입하여 그 곳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독을 이기기 위해 파티를 열고, 회식을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고 함께 산행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이지 현대인들은 외톨이가 되어서 고독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그런데 이렇게 ‘군중속의 고독’으로 번민하며 그 고독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대화의 상대입니다. 만일 누구와도 대화가 단절되고 이 세상에 아무도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막다른 생각에 이르기도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라도 좋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은 돈 받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도 생겼습니다. 상담가가 그렇고 정신과 의사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은 열심히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별 의미가 없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계속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증에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똑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화제가 없으면 뜬소문이라도 만들어 내야하고, 연속극이나 연예인 이야기라도 해야 합니다. 왜요? 그렇게라도 해야 고독에의 불안에서 해방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소심한 사람들은 행여 버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자기주장 한번 못해보고 그냥 따라만 다니며 언제나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쓰며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자니 도대체가 ‘나’란 존재는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 것은 이것이 바로 자기 소외요 자기 상실이라는 것입니다. 고독 공포증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이 결국 자기 소외와 자기 상실이라는 진짜 비극을 초래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축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절대고독에서 해방된 삶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상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다 할지라도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열린 마음의 신앙의 동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고독은, 오히려 깊이 보면 유익도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을 통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연약한 자신을 발견하게도 되고, 고독을 통해 언제라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도 되고, 열린 마음의 신앙의 동지들의 가치도 볼 수 있게 되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의미도 깊이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독은 신앙을 깊게도 해주며, 우정을 깊게도 하고, 애정을 깊게도 해주는 축복의 샘이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고독은 우리들의 때 묻은 영혼을 말끔히 씻겨주기도 하고 우리의 영혼에 보약이 되기도 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올바른 삶의 길을 찾아주는 눈이 되기도 하고, 목마른 영혼에 생명수를 공급해주는 계기도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고독을 사랑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영롱한 별빛을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 깊은 밤을 기다리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