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오전에 전화가 걸려왔다. 신축 아파트에 이사를 왔는데, 교회를 정해야 하는데 정하지 못했으니 심방을 와 달라는 것이었다. 입주가 시작된 그 아파트는 언덕에 건축되었기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였다. 나는 토요일에는 주일예배 준비를 위해 바깥활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신자가 심방을 요청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내와 함께 그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런데 그 호수는 없었다. 혹시 해서 다른 통로를 확인해보았지만 그 호수는 없었다. 다른 동을 찾아보았지만 아니었다. 승강기가 없는 6층 건물을 몇 번이나 오르내리는 동안 시간이 꽤 걸렸다. 할 수 없이 관리실을 찾아가서 그 호수를 물었다. 그 아파트에는 그 호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어서 사택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부근의 교차로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누가 전화를 걸어서 돈을 돌려줘야 하는데 그곳으로 나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사택으로 돌아왔더니 서재를 뒤진 흔적이 있었다.

헌금하기 위해 따로 둔 5만원 정도가 없어진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집에 현찰을 거의 두지 않았고, 귀중품도 없어서 피해를 많이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웃의 어느 목사님은 월요일 아침에 그런 전화를 받고 사택을 비웠다가 주일에 맡아두었던 80여만 원의 헌금을 분실했다고 했다.

목사의 마음을 알고 집을 비우게 한 뒤에 그렇게 도둑질을 하는 못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