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기사] 십리도 못 가 → 4㎞도 못 가  

지난 1일부터 정부가 도량형 통일에 대한 단속을 한다고 발표한 이후 여기저기서 난리다.
미터법 등 법정 단위 외에 돈·평·근·말·되·리 등 비법정단위의 사용을 금지시키자 인터넷에는 이를 비꼬는 농담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애국가’나 ‘아리랑’도 부르면 처벌받게 됐다는 엄살이 대표적이다.

1) 가사 중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를 ‘무궁화 1200㎞ 화려강산’으로 바꿔 불러야 하고,
2) ‘아리랑’ 중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난다’가 아니라 ‘4㎞도 못가서 발병 난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최근 노래방 손님 중에는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면서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를 ‘뱃길따라 80㎞’로 바꿔 부르면서 킥킥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4) 집에있는 ‘삼천리 자전거’를 ‘1200㎞자전거’로 바꿔야 겠다고 하거나,

5)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소설 제목을 ‘엄마찾아 1만2000㎞’로 바꿔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네티즌도 있다.

우리말 속담과 관용구를 법정단위로 고쳐 ‘단속하자’며 비꼬는 사람들도 많다.

1)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뛴다’는 ‘가슴이 1.5㎏, 2.1㎏ 뛴다’로,
2)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1.8ℓ를 주고 18ℓ로 받는다’로,
3) ‘내 코가 석자’는 ‘내 코가 90.9㎝’로 바뀐다.
4) 말조심을 강조할 때 자주 쓰이는 ‘세치 혀’란 표현은 ‘9.09㎝혀’,
5) 잘 달리는 말을 뜻하는 ‘천리마’는 ‘400㎞마’로 바꿔 말을 지을 때는 어색함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최근 방송사 대본 작가들도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드라마 극중 대사를 모두 도량형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데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해 우스워 보일까봐서다.

1) 예를들어 드라마속 주인공이 “나는 땅 한 평 없다”를 “나는 땅 3.305m²도 없다”고 하거나,
2) “금반지 한 돈 주세요”를 “금반지 3.750009g주세요”로 바꾸면 실생활과 맞지 않아 영 어색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직원은 “평, 근 등의 단위를 쓰다 제곱미터, 킬로그램을 쓰려니 발음이 꼬인다”고 불평했다.

그러니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은 “킬로미터나, 킬로그램을 ‘킬로’로 줄여 쓰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제곱미터’를 그냥 ‘제곱’으로 부르자’며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정부는 하지만 이런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이라고 말한다. 산업자원부는 계량형통일을 위해 단속하는 대상은 속담이나 노래 가사가 아니라 상거래나 광고여서다.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돈과 평에 대한 단속은 강화할 계획이지만 당분간 무리한 단속은 피하고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