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진료를 마치고

4년째 많은 약과 최첨단 진료 장비를 갖추고 찾아온 경의 의료원 한마음 봉사단의 봉사 활동이 카렌족 집단 거주지역인 메쨈에서 있었다.

한국에서 온 24명의 진료인원과 12명의 통역요원 그리고 두 명의 현지인 미용사가 4대의 봉고 버스와 2대의 픽업트럭에 분산해 타고

치앙마이 공항을 출발한 것은 밤 9시 30분.

목적지까지는 약 170km, 험한 산길이라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안내차를 운전하는 이영진선교사가 1번차 내가 마지막 6번 픽업을 운전하고 중간에 4대의 봉고 버스를 배치했다.

2시간쯤 달렸을까? 어딘지 분간하기 어려운 산 중턱에 선두 차들이 모두 서있다.

‘목사님! 멀미들을 해서 차안에서 밥알이 튑니다’ 그렇게 거의 모두가 심한 차멀미를 참으며 목적지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30분경, 예정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해 피곤한 여정을 풀었으나 다음날 일정은 예정된 시간에 진행했다.

접수, 혈압체크, 피검사와 소변검사, 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약제실 등으로 나누어 진료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많은 소수부족 형제자매들이 찾아와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접수를 보면서 한 가지 깨닫는 것이 있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아픈 곳을 다 말씀해 주세요’  ‘머리가 아파요’

‘다른 곳은요?’  ‘없어요. 머리만 아파요’

환자의 상황을 기록하고 혈압을 체크한 후 담당과에 보내 진료와 처방을 받아 약실에서 순서대로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런데 진료를 마친 상당수의 사람들이 다시 접수처 앞에 와서 대기하는 것을 보았다.

왜 왔느냐고 물으니 좀 전에는 머리가 아파서오고 이번에는 배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왔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이해를 시키기 위해 줄서있는 주민들에게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알려주었다. 불편한 부분을 모두 말하라고.

하지만 이런 환자는 마지막 날까지 줄어지지 않았다.

또한 마을 대표를 통해 지금 아프지 않지만 평소에 자주 앓았던 지병이 있는 사람들도 와서 필요한 피검사와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가라고 했지만  지금 통증이 없으면 오지 않았고 부끄러워 진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자기들을 위해 많은 물질을 투자하고 긴 비행기 시간과 차 멀리를 참고 베푼 잔치자리인데도 그 풍성함을 누리지 못하는 저들을 보며  나라가 없어 억압당하고 굶주림 속에 힘든 노동이나 가난 보다 더 무서운 저들의 적은 무지임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모든 종류의 진료와 약을 다 구비해 놓고 필요한 것들을 다 받아가라고 했지만 지금 느끼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또는 부끄러워 포기하는 저들을 보며 우리의 부끄러운 믿음을 생각해 보았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권세를 우리에게 주시고 믿음으로 사용하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한계 때문에 그 풍성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누리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누리며 불안해하거나 죄의 모습이 부끄러워 그 은혜 누림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영적 소수민족은 아닌지 말이다.

‘누구든지 목마른 자는 다 내게로 와서 마시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개로 오라’ 하신 주님에 대한 이해 부족이 우리의 가난이고 슬픔이며 앓고 있는 질병임을........

2007년 11월 24일 의료 진료를 마치고

정도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