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구 개혁측 학적 문제 ‘오리무중’

학적 제출양식도 미정… 재회의 전망도 “당분간 어렵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김용실목사)가 구 개혁측 목회자들의 학적문제를 두고 제출받을 서류 양식에 대해서도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 개혁측 학적취득 및 교육을 위한 위원회(위원장 김영우)’는 지난 17일 광주까지 내려가 개인 학적 및 인적 사항의 제출 양식을 결정하기 위한 토론을 가졌으나 결정된 것 없이 다음 회의로 연기했다.

위원회측은 우선 개인의 학력에 대한 제출 양식부터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서기 이경원 목사는 “개인적인 기초 자료들을 카드로 만들어서 제출하는 양식을 결정하기 위해 논의했지만,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연기됐다”며 “학력 정리나 기초적인 인적 사항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위원회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2년 동안 해결이 안된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해결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목사는 학적부를 제시하지 않은 목회자들의 학적 처리문제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그런 부분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이 아직 안 세워졌다”며 “전체적인 상황 파악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구 개혁위원회는 오는 28일 오후 4시 총신대학교 이사회실에서 다시 모여 제출 양식에 대한 토의를 가질 예정이다.

합동측은 지난해 12월 27일 총회회관 회의실에 구 개혁측 목사 3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학적 관련 서류를 CD로 제출받았다. 제출자는 총 2,626명으로, 합동으로 온 목회자 4000명 중 2/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제출된 서류에는 졸업증명서나 학적부, 성적 기록 등이 없는 이들만 8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3일에는 위원회가 문서와 CD를 제출한 구 개혁측 출신의 전주남, 오화선, 김승철 목사를 출석하게 하고 제출된 서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류 제출자에 대한 학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1,400명에 가까운 미제출자에 대한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다.

지난 2005년 당시 양 교단(합동측 대표회장 서기행, 개혁측 대표회장 홍정이)이 결의한 합동원칙합의서에 따르면 제8항과 9항에는 개혁측 총회개혁신학연구원과 광신대학교, 두 학교만 학적 취득에 관한 인준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구 개혁측은 합동전에 이미 9개교단이 합동한 상태라 목회자 중에는 광신대와 개신원이 아닌 타학교 출신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학적 문제는 곧 구 개혁측 목회자들의 청빙 문제와도 직결되고 있다. 상당수의 합동측 교회들은 모집 공고에 ‘총신대 출신자’를 요구하고 있다. 합동총회 헌법상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으로 목회자의 자격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청빙을 받으려면 총신대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

결국 비총신대 출신인 구 개혁측 목회자들이 합동측 교회에 후임으로 청빙받을 경우에 이 문제가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된다. 최악의 경우 구 개혁측의 집단적인 반발이나 재탈퇴 움직임으로 번질 위험성도 크다.

합동총회는 2006년 광신대학교와 개혁신학연구원 출신의 구 개혁측 목회자들이 총신대 학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2달간의 특별과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개혁목회자협의회 및 구 개혁측 목회자들의 집단 수업 거부로 이어져 실행되지 못했다.

합동총회가 계절학기 특별과정을 폐지하게 되면 남은 방법은 교역자 채용과 임원 입후보 자격을 변경하는 것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개혁목회자협의회는 총신대(신대원) 출신자로 제한돼 있는 조항을 ‘광신대학교 및 개혁신학원 졸업’이란 단어를 추가해 줄 것을 주장해오고 있다. 그러나 합동측은 기본적으로 총신을 통해 쌓아 온 보수 신학의 정통성과 교단 정체성만큼은 쉽게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적 문제와 관련해 김용실 총회장은 지난 7일 서울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총동창회에 참석해 “본인의 생각에는 광신대쪽이나 개신원(출신자)의 몇 달 교육을 예견하고 있다. 출구는 많지만 마지막 입구는 하나가 되어야 후진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달(계절학기 과정)이란 용어는 93회기(총회)에 1학기 혹은 1년 공부로 해야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번 발언에 대해 교단의 한 관계자는 “총회장의 생각이 기존 합동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정서”라며 “만일 발언대로 된다면 다시 한 번 총회가 큰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