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지난 5월 말에 정년 은퇴하신 이윤근 목사님의 글입니다.

이윤근 목사님은 경북 의성교회를 섬기신 분으로서 그동안 총회를 위하여 많이 봉사하셨으며 특히 많은 책을 저술하신 분입니다.  최근에는 '좋은 장로, 좋은 집사, 좋은 권사'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목사가 목사에게' 란 목회론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60여 권을 쓰셨습니다.
 은퇴목사, 언젠가 우리에게도 불리어질 칭호입니다. 한번 더 생각하게 합니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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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목사의 변

한국교회 부흥성장의 한 축을 일어냈던 현재 은퇴 목회자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은퇴 후에 생활이 어려워서 원로원이나 불우한 이들이 기거하고 있는 시설에서 하늘에 가서 영생복락을 누리며 살겠다는 희망 속에서 현재고난은 장차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는 한 가닥의 소망을 위로로 하고 어쩔 수 없이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한국의 보릿고개시절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면서도 주의 부르심에 감사하여 사명감에서 신본주의 신앙을 가지고 생활비 타령하지 아니하고 도시, 농촌 차별하지 않고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하고 오직 목회일념(牧會一念)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그들이다.

그들은 여호수아가 아님으로 지는 해를 붙들어 맬 수도 없고 가는 세월을 멈출 수 없어 세월 따라 연세가 많아 70정년제에 의하여 은퇴를 했는데 먹고살기도 바쁘고 자녀들의 교육도 쉽지 않아 모아둔 돈은 없고 그렇다고 교회가 넉넉해서 은퇴 금으로 노후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고 노후를 위하여 거처할 집을 마련해둔 곳도 없어 마땅히 갈곳이 없다보니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복지시설을 마련한 곳을 찾아 그곳에서 목숨만 부지하며 살아가는 은퇴목사들 그 처지는 가보지 않고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어느 교인이 찾아 위로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교회에서 찾아와 그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하여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도 아니라 그들은 21세기 까마귀의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으로 로뎀나무(福祉施設) 아래서 천사의 도움이라도 기대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교계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회가 목회자들에게 원하는 것은 청렴결백(淸廉潔白)한 생활을 원하고 신령한 종 해가면서 생활비 타령하지 않고 욕심 없이 목회만 전념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순수한 목회자들은 돈에 대하여 거리감을 두고 할 수 있으면 교회 재정을 성도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땀으로 보고 아껴 쓰려고 은퇴후의 대책은 고사하고 현재 먹고 입고 쓰는 것으로 족한 줄로 알고 산 결과가 은퇴후의 비참한 생활은 앞으로 목회자들은 누가 무엇이라 해도 노후 대책에 신경을 쓰라고 권면할 수밖에 없다.

고적한 처지에서 세속적으로 생각해보면 은퇴 목회자 스스로가 자신은 비닐우산이 아닌가? 사람들이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길가에서 비닐우산을 사서 쓰고 가다가 비가 그치면 길가에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가면서 다시는 그 우산을 생각하지 아니하는 것과 같은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숨길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목회자이지만 원로목사가 되면 그의 노후는 교회에서 보장을 해주는데 죽을 때까지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그런데 은퇴 목회자는 그와 같은 대우도 없다. 필요해서 사서 신은 신발과 같이 수명이 다하여 떨어진 신발은 인정사정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이 은퇴 목회자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뿐만은 아니다. 원로목회자는 그 교회에 출석해도 되는데 은퇴 목회자는 은퇴하면 시무(始務)하던 교회와 거리를 멀리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교회의 바람이다. 은퇴 목회자는 전염병균이라도 되는가? 목회 할 때는 우리 목회자 하던 성도들이 어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연구의 대상이다.

목회 할 때는 필요한 곰팡이고 목회만 마치면 전염병균으로 변하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목회자는 은퇴하면 목회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섬기던 교회를 위하여 기도할 자격도 없는 것인가? 이는 바리새인들이 사람의 유전으로 교훈을 삼아 주님을 경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고정관념의 잔재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신문에 보니 서울 수유동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이 은퇴를 했는데 20년이 못되어 원로목사가 되지 못했지만 후임으로 오신 목사님께서 "은퇴목사에게 합당한 예우는 교회에서 해야할 덕목"이라고 주장하여 정책당회를 거쳐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결의하고 은퇴목사 품의 유지비라고 매월 생활비를 보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기독공보 2008년 5월 26일 제 2655호).

그뿐 아니다. 부산 남부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이 병약하여 목사 된지 20년이 못되지만 당회가 원로목사 예우를 해서 집도 사드리고 매월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다. 같은 교회인데도 은퇴목사에게 정성껏 예우를 하는 교회도 있는가하면 원로목사로 추대를 해놓고도 예우를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는 교회도 있으니 그 교회와 당회의 문제인가 생각한다.

은퇴목사는 이제 목회의 생명이 끝났다. 그러나 그의 목숨은 붙어 있으니 교회는 그간의 정을 보아서라도 은퇴 후에 기도의 후원자로 여기고 은퇴목사는 평생토록 지나온 교회들을 위하여 새벽마다 기도하면 그 교회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성도의 도리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외형적인 면에 치우치지 말고 내실을 기하여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해서 소금의 직분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