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四川)성 대지진 발생 196시간 만인 지난달 21일 극적으로 구조된 펑저우(彭州)의 왕유충(王又瓊·60) 할머니. 당시 세인들은 매몰 후 생존이 가능한 생리적 한계인 72시간을 3배 가까이 견뎌낸 그에 대해 ‘생명의 기적’이라며 숙연해 했다.

1) 그러나 기적의 이면에는 그가 첸진(前進)과 과이과이(乖乖)라고 부르면서 애지중지 키우던 견공(犬公) 두 마리가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왕 할머니와 같이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견공들은 8일이 넘도록 주인 옆에서 할머니가 잠들지 못하게 했다. 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교대로 할머니의 입과 온몸을 혀로 핥으며 할머니가 생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후에 구조대가 접근하는 소리를 들은 견공들이 큰 소리로 짖어대 주인의 생명을 구했고 자신들도 구조됐다. 왕 할머니는 “집에서 수년째 기른 개가 아니었다면 결코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둘을 얼싸안고 울었다.

2) 또 지난달 24일 칭촨(靑川)현에 도착한 구조대는 콘크리트 더미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백구 두 마리를 발견하고 밥을 주며 구조하려 했다. 그러나 견공들은 꼼짝도 않고 먼 하늘을 응시할 뿐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지진이 난 그날부터 주인이 매몰된 콘크리트 더미 위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개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밤마다 콘크리트를 헤치고 주인을 구조하려다 생긴 상처인 것 같다고 구조대 관계자는 신화 통신에 전했다.

견공들은 중국 지진 현장의 구호활동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 중국정부는 지진 발생 후 곧바로 200여 마리의 구조견을 동원해 매몰자 수백 명을 구조했다. 견공들은 주인과 매몰자 구조에 모든 것을 바쳐 오히려 사람 구조대보다 희생정신이 강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3) 지난주 진앙지였던 원촨(汶川)현에서는 구조작업을 하던 군견 한 마리가 여진으로 콘크리트 더미에 깔렸다. 35명의 생존자를 발견해 32명을 구조한 군견이었다. 구조대의 노력으로 수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밖으로 나온 지 3분 만에 숨졌다.

군견과 함께 구조작업을 했던 군인들은 그를 ‘무언의 정예용사(無言神兵)’라 부르고 거수경례로 영결식을 거행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홍콩의 문회보(文匯報)가 전했다.

* 이 기사는 2008년 6월 4일자 중앙일보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