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채 목사

태풍이 오면 어쩔까? 비가오면 어쩔까? 조바심으로 기다리던 개회의 날이 다가왔다. 비행기를 타고 맑고 푸른 하늘을 가르면서 드넓고 쪽빛나는 남해의 파도를 내려다 보았다. 100년전에 이기풍 선교사가 일엽편주(一葉片舟)에 목숨을 싣고 멀미를 하며 건너던 이 바다를 30분 안에 날아오다니  참으로 송구스러웠다.

회의장소인 제주국제컨벤션터에 들어 가보니 그 화려하고 웅장한 장소는 모든 면에 편리 해 보였다. 그러나 제주도에는 390개 교회가 있다는데 예장합동 교단 산하에는 총회를 할 만한 교회당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회의장소에 들어서자 대전중앙교회에서 이 먼곳까지 날아온 봉사위원들의 친절함과 그들의 치밀한 준비의 솜씨가 구석구석마다 묻어 있어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역사가들이 어떻게 평가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몇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다.

1. 회원권 문제

제93회 총회에서 회원권을 박탈한 노회는 8개노회였다. 헌법에 의하면 3개노회만 되어도 대회를 조직 할 수 있다. 그런데 8개노회에 56명의 총대라고 하면 1개 대회는 물론 군소교단 하나만한 엄청난 숫자이다. 그들이 어떤 범법자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총대들의 발언들은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사람은 많지 못한 것 같고, 회장도 조금 더 진지한 판단력과 아량으로 처리하는 것 같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시벌을 해도 범법자들이 감동을 받고 뉘우치면서 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을까?

2. 회의 진행 문제

이번 총회는 시간마다 부흥회에 참석한 것 처럼 은혜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회의는 회의여야 하고 부흥회는 부흥회다워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흥회때 은혜를 받아도 회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회의법을 모르고 발언하거나 고퇴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은 범법이다. 죄란, 본래 하나님께만 잘못한것이 아니라 사람 앞에도 법을 범하면 죄이다. 그러므로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이나 각 부에서 사회를 맡아볼 책임자들은 회의 진행법이 좀더 성숙했으면 하는 느낌이었다.

3. 회의 분위기

전술한바 있거니와 93회 총회의 분위기는 유례없이 조용하고 엄숙했다. 발언자들의 의식수준도 놀랍도록 성숙했다고 평가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필자가 볼때는 모두가 다 주눅이 들어서 꼼짝도 못하고 신음하는 느낌이었다. 함부로 말하거나 고성을 지르다간 불려나가 사과 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를 강조하다보면 다른 것은 약화되는 것이 세상이치이다. 전제정치 원리와 다르게 교회 헌법이 보장하는 원리는 민주적 자유토론이다.

물론 안건은 산적해 있고 발언할수 있는 총대수는 1300명이 되니 질서 유지를 위해서 어쩔수가 없고, 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비상조치라고 총회장은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토론을 통하여 정치는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약자가 너무 억울하면 고성도 지를 수 있는것이 정치이다.

그리고 이번 총회는 역사이래 사과를 가장 많이 받아낸 총회라고 보여졌다.

헌법 원리상 사과도 일종의 견책이요 권징이다. 물론 헌법에 의하면 회장의 직결처단의 규례가 있다. 그러나 징계하려면 재판회로 전환해서 견책이나 사과를 시키고 회의록에 기록해야 한다.

4. 기념예배

여러달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4개 장로교단의 연합기념 예배가 예장합동 교단의 총회장소에서 성사된것은 잘된 일이었다. 과거에는 피차 손잡기도 껄끄러운 상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예배당이 아닌 컨벤션센터라는데 마음이 가벼웠다. 같은 찬송, 같은 성경을 보면서 예배하는 것은 감격스러웠다. 더구나 총회장 최병남 목사가 설교 한다는데 뿌듯한 쾌감같은 것을 느꼈다. 총회장의 설교는 역시 부흥사답게 감동적이었다.

100년전의 이기풍 선교사를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예배를 마치고 돌아설때는 어쩐지 무기를 빼앗긴 패잔병들처럼 허탈감을 달래며 돌아와야 했다.

5. 차후의 바람

교단의 규모가 너무나 커졌음을 실감한다. 매회기마다 수백건의 안건을 처리함에 있어 시간에 쫓긴 나머지 중요한 보고나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 “유인물대로 받기를 동의합니다”이렇게 끝나버리니 결의하고서도 무엇을 결의했는지 파악도 되지 않아 그 다음 회기에 또다시 결의하곤한다.

그러므로 ①총대수를 줄이도록 법을 고치던지 ②대회제를 실시하여 업무를 분산하든지 ③정치부원들에게는 특별수당을 지불해서라도 철야작업을 해서 본회에 보고토록 했으면 어떨까 한다.

끝으로 필자가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 읽은 시 한 귀절을 소개하면 “실패했어도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다시 일어 설 수 있다” 얼마나 감동적인 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