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후 4세기에 텔레마쿠스(Telemachus)라는 수도사가 있었다. 그는 죄악으로 가득한 세상이 싫어 광야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기도하는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는 세상을 등지고 살았지만, 이제는 늙어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남은 기간은 세상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되겠다." 그러한 가운데 텔레마쿠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너는 로마로 가야 한다. 그곳이 네 일터이다. 그곳으로 가라.”

텔레마쿠스는 즉시 로마로 떠났다. 때마침 로마에서는 어떤 장군의 개선을 축하하기 위해서 축전이 열리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원형극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당시 로마는 이미 기독교 국가가 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원형극장 안에서 포로로 잡혀온 검투사들의 칼싸움이 있었다.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경기였다.

 사람들은 그 잔인한 칼싸움을 보면서 쾌감을 느꼈다. 텔레마쿠스도 사람들 틈바구니에 싸여서 원형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팡파르가 울려 퍼졌고 두 명의 검투사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황제 앞에서 인사를 했고 죽기까지 싸우겠다고 맹세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서서히 경기장 중앙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텔레마쿠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이것을 막으라고 하나님께서 나를 로마로 보내셨구나!"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 온 힘을 다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싸움을 즉시 멈춰라!" 처음에 사람들은 그것이 쇼인 줄 알고 그저 웃기만 했다. 경기장 측에서 늙은 수도사의 복장을 하고 어릿광대를 집어넣어 경기를 흥겹게 해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까 그것은 쇼가 아니었다.

그는 두 검투사의 사이에 들어가서 결사적으로 그 싸움을 막았다. 마침내 사람들의 입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싸움을 멈춰라!" 급기야 경기를 진행시키던 지휘관이 검투사 가운데 한 사람에게 그를 먼저 처치해 버리라는 손짓을 했다. 번쩍이는 칼과 함께 텔레마쿠스는 피를 흘리면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숨이 멈추기까지 계속해서 외쳤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싸움을 멈춰라!"

그 순간 주변은 갑자기 숙연해졌다. 황제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말없이 경기장 밖으로 퇴장했다. 그의 뒤를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한 사람씩 두 사람씩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는 두 검투사도 고개를 푹 숙인 채 퇴장했다. 주후 391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마에서는 더 이상 검투사들의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텔레마쿠스의 외침과 그의 희생적인 죽음이 그 잔인한 경기를 종식시킨 것이다.

김바울 콩고 선교사의 설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