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러시아 민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미하일’이란 천사가 있었다. 미하일은 하나님께 벌을 받아 금빛 두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추방당하게 되었다. 미하일은 구두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느 날 아침 털외투를 입은 신사 하나가 구두 가게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보자기로 싼 물건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최고급 가죽인데, 비싸게 주고 구한 아주 훌륭한 것이네.”

그러자 주인이 말했다. “오, 정말 이렇게 좋은 가죽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그럴거야. 그런데 이걸로 내 발에 꼭 맞는 구두를 만들 수 있겠나?” “만들 수 있고말고요.” 그러자 그 신사는 버럭 고함을 쳤다. “함부로 쉽게 대답하는 게 아냐. 만일 내 발에 맞지 않거나 또한 1년 이내에 구두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그땐 당신은 감옥에 들어가게 될거야. 그리고 삯은 1년 이상 신어도 끄떡없을 때 그때 가서 거금으로 주겠네.” 주인은 겁을 집어먹고 미하일을 보았다. 그런데 미하일은 이 눈길을 구두 만들라는 신호로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곧 그 신사의 발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그런데 몸집이 크고 뚱뚱한 것만큼 발도 엄청나게 컸고, 도끼로 찍어도 까딱하지 않을 만큼 무쇠와 같았다. 그때 미하일은 무엇 때문인지 신사의 등 뒤를 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신사가 돌아가자 미하일은 곧 구두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미하일은 가죽을 넓게 펴더니 구두 모양으로 자르지 않고 둥글게 잘라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구두가 아닌 슬리퍼 한 켤레를 만들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주인은 슬리퍼를 보고 새파랗게 질렸다. “자네 큰일을 저질렀군. 이것은 슬리퍼가 아닌가! 이제 나는 완전히 망했구나.” 바로 그때에 누군가가 급히 가게로 들어와서 말했다. “아침에 맡긴 구두 일로 왔습니다. 이젠 구두가 쓸모없게 됐어요. 주인님이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그래서 우리 마님께서 구두 대신 시체에 신길 슬리퍼를 만들어 오라기에 이렇게 달려 왔습니다.” 그러자 미하일은 벌써 만들어놓은 슬리퍼를 기다렸다는 듯이 내주었다.

 미하일은 신사가 찾아와 구두를 맡길 때 그의 등 뒤에 죽음의 사자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에게 닥칠 죽음도 모르고 오만하게 소리치는 신사를 보고 비웃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다.

  [약4:14]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