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

「칼 야스퍼스」는 ‘한계상황’에 관해서 말했는데 이 한계상황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인간이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더구나 거기에 부딪혀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두꺼운 벽과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 이와같은 한계상황을 ‘죽음’, ‘고뇌’, ‘싸움’,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 불안과 절망에 처하게 되고 허무감과 부조리감에 사로잡히게 되며 철저한 고독과 좌절속에서 자기의 유한성(有限性)을 자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야스퍼스에게 있어서 한계상황은 인간이 본래적인 자기를 발견하는데 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첫째로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찾기도 하고 둘째로 유한한 자신으로 인해 철저히 좌절에 빠지기도 하고 셋째로 독재자들처럼 자기 자신과 타인을 기만하여 자기를 절대자인 것처럼 속이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절대자이신 하나님을 찾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절대자이신 하나님은 인간을 한계상황을 초월하는 존재로 만들어주고 그 한계상황으로 인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안에서는 한계상황도 유익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고 했습니다.

‘사르트르’의 「벽」이란 작품을 보면, 인간의 자유의 한계성을 인식하게 하는데 내용은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났을 때 주인공은 정부군에 체포되어 사형언도를 받았습니다. 그는 사나이답게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튿날 그는 장교실로 불려가서 그의 친구이자 내란의 배후 인물의 거처만 말해주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하길 내가 살기 위해 친구를 배신할 수 없다고 실상은 조카집에 숨어있는 친구를 무덤속에 숨어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주인공은 석방이 되었습니다. 석방된 그는 잘 아는 사람에게 친구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은 친구가 조카집에 숨어 있다가 조카와 싸우고 집을 나와 무덤에 숨어 있었는데 어느 놈이 밀고를 했는지 발각이 되어 무참히 사형집행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주인공은 망연자실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이 누리는 양심의 자유라는 것도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나는 선한 양심에 의해 한 일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한계 말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진리는 사도바울이 말씀했듯이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요”

라는 말씀을 깊이 숙고하면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오묘한 예정과 섭리에 우리 자신을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한계상황을 하나님의 기회요, 하나님의 기회는 인간의 좌절과 역경속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